이탈리아의 향기,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

기사입력 : 2019-10-16 15:23:44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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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 디 파르마’ 하면, 눈이 부실 듯 새파란 컬러와 상쾌한 향이 떠오릅니다. 딥티크와 조 말론, 크리드처럼 명품 향수 반열에 든다는 건 알겠는데 사실 아쿠아 디 파르마라는 이름은 상대적으로 생소하죠.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

아쿠아 디 파르마는 ‘파르마 지방의 물’이라는 뜻입니다. 파르마(Parma) 이탈리아 밀라노와 피렌체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이고요. 즉 이탈리아의 향기가 바로 아쿠아 디 파르마인 것이죠.


아쿠아 디 파르마의 핵심, 콜로니아(Colonia)


아쿠아 디 파르마에서는 1916년 첫 향수 콜로니아(Colonia)를 출시한 지 한참 뒤인 2003년에 비로소 두 번째 향수를 출시했습니다. 즉 100년이 넘는 아쿠아 디 파르마 역사의 대부분이 바로 이 콜로니아 향수로만 이루어져 있는 거죠.

▲사진 = 콜로니아 향수 ©아쿠아 디 파르마

콜로니아 출시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독일에서 수입한 무겁고 강렬한 향수를 쓰는 게 유행이었어요. 이탈리아 귀족 카를로 마그내니(Carlo Magnani)는 이에 반기를 들고 사각거리는 듯한 느낌의 산뜻한 향수 콜로니아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존에 유행하던 향과 달랐던 만큼, 기존 향수와 쓰임새도 다르게 했죠. 이탈리아 신사들이 손수건을 들고 다녔는데, 콜로니아를 이 손수건에 뿌리는 향수로 포지셔닝했던 거예요. 즉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이었죠. 트렌드와 완전히 반하는 향이었음에도 별 저항감 없이 잘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효과적인 포지셔닝 덕분이 아니었을까 해요.

물론 콜로니아 향의 절대적인 퀄리티가 뛰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현재의 콜로니아는 1916년의 콜로니아와 거의 똑같아요. 100년 동안 사랑받는 향이라니, 100년 전에 얼마나 공들여서 만들었던 걸까요. 아쿠아 디 파르마는 지금도 예전처럼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지고, 최상급의 원료만 쓰고 있어요.

▲사진 = 콜로니아를 비롯한 아쿠아 디 파르마 향수에 들어가는 주요 원료들, 레몬, 오렌지, 베르가못 ©아쿠아 디 파르마

콜로니아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가 세계적인 전성기였어요. 특히 1950년대 아쿠아 디 파르마의 인기가 치솟았는데, 이탈리아를 방문한 할리우드 스타들 덕분이었죠. 1950년대 이탈리아는 맞춤 정장으로 유명해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옷을 맞추려고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쿠아 디 파르마를 접하며 팬이 되었고요.

▲사진 =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도 콜로니아의 팬이었어요.©Page Six

콜로니아는 사실 이탈리아 맞춤 정장과 닮았어요. 고품질의 천연 원료를 사용해서 수작업으로만 만드는 게, 고급 원단에 장인의 섬세한 손기술이 더해진 이탈리아 정장과 비슷하죠. 게다가 콜로니아 향수 원료와 패키징의 색깔은 1700년대부터 파르마 최고의 빌딩들 외벽에 쓰인 시그니처 컬러인 화사한 노란색인데요. 그래서인지 콜로니아는 정말 더 ‘이탈리아의 정수’ 같이 느껴져요.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


아쿠아 디 파르마 성장의 2막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

이러한 ‘이탈리아스러움’이 아쿠아 디 파르마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어요. 아쿠아 디 파르마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거든요. 1960년대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콜로니아만의 특별함은 희석되었고, 아쿠아 디 파르마는 잊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힘든 시간을 보냈죠.

거의 소멸 직전이었던 아쿠아 디 파르마를 살렸던 건 이탈리아의 재계 거물들이었어요.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 페라리(Ferrari), 토즈(Tod‘s), 라펠라(La Perla)의 회장과 대주주가 모여 ‘이탈리아의 대표 향수’를 지키자는 애국심 가득한 결심을 했던 거죠. 그렇게 1993년 페라리 회장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Luca Cordero di Montezemolo)와 토즈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 라펠라 대주주 파올로 보르고마네로(Paolo Borgomanero) 세 명이 의기투합해 아쿠아 디 파르마를 인수했어요.

▲사진 = 왼쪽부터 브랜드 페라리, 토즈, 라펠라의 제품들 ©각사 인스타그램

그리고 아쿠아 디 파르마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죠. 셋은 우리에게 익숙한 블루 메디떼리아노(Blu Mediterraneo)를 홈 프래그런스 라인으로 첫 선을 보였고, 여성 향수 프로퓨모(Profumo)도 론칭했어요. 트래블 제품들도 선보였고요.

그렇게 라인을 확장한 뒤에는 1998년 아쿠아 디 파르마의 최초 매장을 냈어요. 그것도 밀라노 대표 명품 거리에 말이죠.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 밀라노 부띠끄 ©아쿠아 디 파르마

그렇게 아쿠아 디 파르마는 조금씩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세계적인 명품 그룹 엘브이엠에이치(LVMH)의 눈에 띄어 완전히 매각되었죠. 엘브이엠에이치에서는 보다 많은 제품을 출시하며 아쿠아 디 파르마의 브랜드로서의 면모를 다졌고, 동시에 글로벌 확장도 진행했고요.

여성 컬렉션 르 노빌리(Le Nobili)가 론칭하고, 블루 메디떼리아노 라인을 이탈리안 리조트(Italian Resort)라는 스킨케어 제품으로까지 확장된 게 바로 엘브이엠에이치 그룹이었어요. 현재 아쿠아 디 파르마는 40개국 가까이에서 최고 명품 향수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답니다.


이탈리아의 자랑, 아쿠아 디 파르마


아쿠아 디 파르마에는 개인적으로 조금의 아쉬움이 있어요.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든 간에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브랜드가 유지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긴 역사에 비해 아쿠아 디 파르마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이 없달까요.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가 생겨난 파르마만 해도, 파마산 치즈의 원조인 미식의 도시인걸요! ©Italy Magazine

물론 몇십 년 동안 제품 한 개로만 유지되었던 걸 보면 창업주 마그내니는 아쿠아 디 파르마를 제대로 된 브랜드나 사업으로 키우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더 신기하잖아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위기에 처하자 사람들이 도와주고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아쿠아 디 파르마의 베스트셀러는 블루 메디떼리아노 미르토(Blue Mediterrano Mirto)인데요. 시원하고 탁 트인 지중해가 떠오르는 향수예요. 편안하고 여유로운 바다 보이는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달까요.

▲사진 = 아쿠아 디 파르마 블루 메디떼리아노 미르토 ©아쿠아 디 파르마

남자든 여자든, 향수 입문자이든 마니아든 다 만족시킬만한 향수라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선물로도 좋은 제품이고요. 주 향조를 이루는 레몬과 베르가못, 머틀(myrtle)이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금빛으로 익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나요.

이탈리아, 혹은 지중해 쪽으로 여행 가기 전에 아쿠아 디 파르마 향수를 한 번 시향해보시거나, 면세점에서 구매해서 여행 내내 뿌리고 다녀보시면 어떨까요. 이탈리아 대표 향과 함께하는 이탈리아 여행은 좀 더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거예요.

▲사진 = 아름다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아쿠아 디 파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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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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