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낭만적인, 연금술 같은 브랜드 프레쉬(fresh) 스토리

기사입력 : 2019-09-02 09:29:05 차민경 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선물받았을 때 유독 기분 좋은 물건이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프레쉬(fresh) 화장품입니다. 우아한 향기와 고급스러운 질감에 섬세하면서 세련된 패키징.

프레쉬 화장품을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일상이 조금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진 = 프레쉬 제품들. 시각, 후각, 촉각, 청각까지, 프레쉬를 쓰다보면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에요. ©fresh

취미를 직업으로, ‘덕업일치’의 브랜드


프레쉬는 이른바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들의 브랜드입니다. 어릴 때부터 소위 ‘코덕’이었던 남자가, 디자인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서 만들게 된 브랜드죠.

▲사진 = 아내 알리나 로잇버그(좌)와 남편 레브 글레이즈먼(우) ©fresh

창업주 레브 글레이즈먼(Lev Glazman)는 남자로서는 드물게 어릴 때부터 화장품에 빠져 살았습니다. 아내 알리나 로잇버그(Alina Roytberg)와의 두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와 꼭 맞는 향수를 선물해 그녀를 감동시키고, 집에는 개봉하지도 않은 화장품이 쌓여 있을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죠.

그는 196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러시아는 아직 소련이었던 때였습니다. 공산주의 국가 답게 향수도 단 한 종류밖에 허용되지 않던 시절이었죠.

이 상황에서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암시장에서 향수를 사러 갔습니다. 향수 한 병이 일반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맞먹는 높은 가격이었고, 거래 자체도 불법이었지만 어머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향수를 구매했죠.

▲사진 = 레드 모스코(Red Moscow). 당시 소련에서 허용되던 유일한 향수였어요. 레브는 이 향수의 향이 '끔찍했다'고 회상하죠. ©RIA Novosti

레브 글레이즈먼은 아직도 향기를 맡자마자 순식간에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던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난다고 해요. 그리고 그는 그렇게 6살 때부터 향수와 화장품의 세계로 빠졌죠.

후에 레브는 이스라엘에서 치기공사로 일했지만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고,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해 창문 세척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향수와 화장품을 수집했어요.

그러다 20대 후반에 친구의 소개로 알리나 로잇버그(Alina Roytberg)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 역시 러시아 출신으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동갑내기였는데요. 통하는 게 많았던 둘은 만난 지 9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사진 = 젊은 시절의 알리나. 레브와 알리나는 1990년 결혼했어요. ©Alina Roytberg

 

둘은 결혼하고 나서 럭셔리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레브는 늘 뷰티 산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결국 둘은 1991년에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천연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 편집숍 ‘너츠 어바웃 뷰티(Nuts about Beauty)’을 열었죠.

 

▲사진 = '뷰티에 미쳤다'는 뜻의 매장 이름이 귀여우면서도 적절해요.

각자의 부모님에게 $5,000씩 빌려서 매장을 냈어요. ©fresh


편집숍이 성공하자 그들은 자신들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유럽으로 날아가 바디제품 생산업체들에게 배우고 원료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그들만의 비누 제조법을 고안해냈어요.

그런데 막상 실제로 생산하려고 하니까 제조업체들이 요구하는 최소주문수량(MOQ)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둘은 겨우겨우 남프랑스의 한 작은 비누제조사를 찾아 단일 향으로적은 수량, 800개를 생산하게 되었죠.

그리고 3개월만에 비누는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브랜드 프레쉬(fresh)의 시작이었어요.


프레쉬 성공의 배경


프레쉬의 첫 상품 비누가 론칭한 시기는 1994년이었는데요.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 위치에 등극하며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뉴요커들은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자신들만의 개성과 감성을 담길 원했죠.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쿨한 걸 추구했는데요.

당시 미국에서 판매하던 천연 화장품 브랜드 중에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버츠비(Burt’s Bees), 아베다(Aveda), 벨레다(Weleda) 등은 천연이었지만 감각적이고 섬세한 느낌은 아니었으니까요.

▲사진 = 아베다와 버츠비 제품들. 패키징에서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아베다는 조금 더 정직한 느낌, 버츠비는 독특하면서 친근한 느낌이죠. ©Aveda, Burt’s Bees

그런데 프레쉬가 나타났던 겁니다. 천연 재료에, 은은한 향,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곱고 견고한 질감. 게다가 일본에서 공수해온 종이와 고급스러운 원석, 세련된 와이어 등을 이용해 손으로 하나하나 포장한 근사한 패키징까지. 

▲사진 = 프레쉬 비누들 ©fresh

프레쉬 비누는 뉴요커들이 꼭 원하던 상품이었죠. 현재 기준으로도 비누가 10달러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 1994년에 프레쉬의 비누는 10달러였습니다. 그런데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죠. 아니 오히려 비싸기 때문에 더 사랑받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프레쉬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시대적 배경 아래 성장했는데요. 당시는 우리나라도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던 시였습니다. 이 때 프레쉬가 등장하면서 미국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구가하다 한국까지 그 열기가 옮겨갔죠.

당시 한국에서 유명한 화장품이라곤 한방 화장품과 로드숍 화장품이 거의 전부였던 상황에서, 산뜻하면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프레쉬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 정식 론칭했는데, 그 전인 1990년대부터 프레쉬의 인기는 이미 대단했죠.

▲사진 = 프레쉬 제품들 ©fresh



신비롭고 우아한 연금술 같은 브랜드

프레쉬는 한 마디로 ‘연금술(alchemy)’ 같은 브랜드입니다. 세계 곳곳에 전래동화처럼 남아있는 전통적 치유법을 찾아, 그 치유법의 효과를 현대 과학을 통해 증폭시키죠. 게다가 겉모습도 연금술이라는 단어처럼 신비롭고 섬세하기까지 해요. 한마디로 마법 같죠.



▲사진 = 홍차, 설탕, 장미, 엄브리안 진흙, 비타민, 연꽃 등을 바탕으로 만든 수많은 페이스마스크 ©fresh

 

프레쉬에서는 첫 론칭했던 199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러한 연금술 같은 제품라인을 만들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건 우유, 설탕, 콩 라인입니다.

프레쉬에서는 러시아 황후들이 오래 전부터 몸을 부드럽게 하고 영양을 주기 위해 우유와 꿀로 목욕했다는 데에서 착안해 밀크 라인(Milk line)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레브와 알리나의 할머니 두 분 모두 상처를 소독하는 데 설탕을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슈가 라인(Sugar line)을 만들었죠. 또 1990년대에는 콩의 효능이 주목받으면서 콩 열풍이 불었는데, 콩 단백질에 보습, 세포재생, 탄력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 소이 라인(Soy line)도 론칭했고요.

 

▲사진 = 프레쉬 소이 라인(Soy line) 제품들 ©fresh

그런데 우유, 설탕, 콩 모두 식품이죠? 프레쉬는 먹는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쓴 최초의 화장품 회사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수많은 식품을 활용한 화장품의 원조는 프레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프레쉬에서 이들을 화장품 원료로 채택한 뒤 다른 화장품 회사들에서도 우유, 설탕, 콩을 이용한 수많은 제품을 출시했거든요.

▲사진 = 설탕에 코코넛, 초콜릿, 카라멜도 함께 넣어 만든 립밤 제품들 ©fresh

물론 프레쉬의 ‘연금술’은 먹는 것에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프레쉬의 가장 인상적인 라인은 바로 ‘크렘 앙씨엔느’, 즉 고대의 크림인데요. 독서광이었던 레브가 책에서 우연히 2세기 로마 최고의 의학자 갈레노스가 검투사 상처 치료용 크림을 만들었다는 걸 발견하여 이를 재현해낸 제품입니다.

갈레노스의 크림 제조법은 수도원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는데, 중세시대에 책이 많이 불타는 바람에 이 크림을 만들 수 있는 수도사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레브와 알리나는 1년간의 노력 끝에 제조법을 알고 있는 체코의 한 수도원을 찾아내어 그 곳에서 크림을 만들기 시작했죠.

▲사진 = 프레쉬의 크림 앙씨엔느를 만드는 체코 수도원 ©Fashion Magazine

크렘 앙씨엔느는 구하기 힘든 천연 원료인 데다가, 부패 속도가 워낙 빨라 천연 보존제를 써야 합니다. 게다가 기계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수도사들이 전 과정을 손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자연히 가격은 150달러 가까이로 비싸졌지만, 그래서 더 특별해졌어요.

▲사진 = 2003년 출시된 크렘 앙씨엔느 라인 제품들 ©fresh



프레쉬와 창업주의 현재


프레쉬는 2000년 엘브이엠에이치(LVMH) 그룹에 인수되었습니다. 레브와 알리나, 두 창업주는 현재에도 활발히 일하고 있고요.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하죠.

부부가 함께 세계 곳곳의 전래동화 같이 내려오는 비법을 찾아다니며, 그 비법을 제품으로 실현하고 세상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일. 하긴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 풍요로운 일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프레쉬가 더 선물 같은 브랜드가 된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이 만드는 것들에는 그 행복감이 묻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사진 = 프레쉬 제품들 ©fresh

 

[저작권자ⓒ (주)티알앤디에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민경 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DFN Newsletter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이메일,이름,회사명,전호번호

ㆍ보유및이용 기간: 메일링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위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동의서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DFN Newsletter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본 기사

Lates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