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케어해주는 뷰티 브랜드, 필로소피(philosophy) 스토리

기사입력 : 2019-08-19 22:43:04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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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를 선물로 처음 접했습니다. 꼭 과자 같은 달달한 향기와 색깔에 먹어보고 싶기까지 했죠. 더 인상적이었던 건 제품에 쓰여있는 레시피였는데요. 화장품 용기에 과자, 케이크 같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후 필로소피는 제 머릿속에 늘 신선하고 사랑스러운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그런데 이 귀여운 브랜드가 만들어낸 숫자는 귀엽지가 않습니다. 필로소피는 무려 1조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인수된 브랜드거든요.
 

▲사진 = 레몬 커스터드, 라즈베리 소르베, 프레시 크림 만드는 법이 적혀 있는 필로소피 제품들 ©필로소피


창업주 크리스티나 칼리노 이야기

필로소피의 창업주 크리스티나 칼리노(Cristina Carlino)의 삶을 보면 ‘단점’의 위대함을 깨닫게 됩니다. 여드름과 비만, 낮은 자존감까지. 칼리노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거대 기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진 = 크리스티나 칼리노. 현재 칼리노는 콤플렉스가 무색할 만큼 미인이에요. ©Popsugar UK

그녀는 1961년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에서 검안의(optometrist·OD) 아버지와 예술가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남 2녀 중 둘째였죠. 

그녀의 학창 시절은 우울했습니다. 외모 때문에 말이죠. 그녀는 4살부터 안경을 썼고, 그 뒤엔 4년간 치아교정을 했어요. 게다가 13살 때부터 여드름이 심각한 수준으로 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4살 때 부모님까지 이혼했는데요. 그 여파로 그녀는 고도비만에 시달리며 16살 무렵 몸무게가 95kg에 달하게 됩니다. 칼리노는 그녀의 고등학교 고학년 시절을 일컬어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합니다.

칼리노는 다이어트 클리닉과 피부과에 수년간 다녔던 경험을 살려, 대학교가 아닌 미용 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1982년 미용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와 친구에게 6,700 달러를 빌려 페이셜 마사지와 메이크업을 판매하는 작은 부티크를 피닉스에 열었죠.

1985년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성형외과 전문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밑에서 일하며 정식 에스테티션 라이선스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기회를 발견했어요. 필링을 즐겨하는 얼리어답터 고객군이 있었는데, 당시의 필링 방식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피부가 회복되는 데 몇 주나 걸렸거든요. 

 

▲사진 = 성형외과 전문의 존 윌리엄스. 1981년 개원해 현재까지 성형외과를 운영 중이에요. ©2019 Plastic Surgery Center of Baton Rouge

그녀는 더 빠르고 간편하게 필링 하는 방법을 연구해 마침내 1988년 마이크로필(MicroPeel)이라는 필링 시술법을 개발해냈습니다. 필링할 때 함께 쓸 수 있는 바이오메딕(BioMedic)이라는 제품 라인도 함께 만들었고요.

면도기로 가장 바깥쪽 피부 표피를 떼어낸 뒤, 알파 하이드록시 산(alpha hydroxy acids·AHAs)과 드라이아이스를 바르는 시술이었는데, 시술 시간이 15분에 불과했죠.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피부 문제를 해결하는 시술이고 제품이었기에 효과도 좋았고요. 그녀의 샵에는 점심시간마다 매일 서른 명의 고객들이 필링을 받겠다고 줄을 서곤 했습니다.

 

▲사진 = 바이오메딕 ©2006 Intelligent Media Ventures, LLC

 

품질도 훌륭했는데 사업모델도 효율적이었고, 론칭했던 시점도 좋았습니다.

 

일단 사업모델은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과 비슷하게 발전했는데요. 칼리노가 의사당 5,000 달러를 받고 마이크로필 시술법을 가르쳐주면, 의사들이 자신의 병원에서 고객들에게 마이크로필을 시술하며 바이오메딕 스킨케어 제품까지 함께 판매하며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시점도 절묘했는데요. 1990년대에 실리콘으로 하는 가슴 확대 수술이 불법화된 적이 있었는데, 의사들이 가슴수술 대신 마이크로필을 캐시카우로 택했던 겁니다.

그렇게 1990년 친구한테 3,000 달러를 대출받아 시작했던 칼리노의 샵은 승승장구해 2000년에는 25개국에서 연매출 150억 원을 넘게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여드름과 고도비만으로 고생하며 우울해했던 학창 시절이 바로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거죠.

▲사진 = 바이오메딕은 2001년 로레알 그룹에 인수되어, 라로슈포제의 한 라인이 되었죠. ©로레알

브랜드 필로소피(philosophy)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우울함과 외로움이 필로소피를 시작하게 만들었는데요. 때는 1994년 크리스마스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30대 중반이었고, 여전히 체중조절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남자친구는 무려 크리스마스를 따로 보내자고 한 상태였죠. 칼리노는 속상한 맘을 달래고자 근처의 산으로 하이킹을 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무지개를 봤다고 해요.

▲사진 = 칼리노가 올랐던 애리조나의 피스테와 피크(Pistewa Peak) © 2019 Adventure Projects, Inc.

그 무지개를 보고 순간적으로 깨달음을 얻어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필로소피입니다.


필로소피, 론칭부터 성공까지


무지개를 보고 나서 칼리노가 깨달은 건 바로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내 외모와는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칼리노 본인이 필요했던 건 다이어트도, 새로운 헤어스타일도 아닌, 나 스스로 나에게 주는 기여(contribution)였다는 거죠.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외모뿐 아니라 마음을 케어해주는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효능은 기본적으로 우수해야겠죠. 바이오메딕을 론칭하고 키워온 덕에 필로소피가 과학적인 근거로 만들어진 효과 좋은 화장품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진 = 필로소피 제품들 ©필로소피

필로소피는 빠른 시간 내에 급성장했습니다. 론칭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삭스 피프스 에비뉴’(Saks Fifth Avenue)에 입점했는데, 거기서 무려 2번째로 매출이 높은 브랜드가 되었죠. 이뿐만 아니라 ‘노드스트롬’, ‘바니스 뉴욕’ 등 고급 백화점 70여 개에 매장을 냈습니다. 제품 종류도 250여 개로 늘어났고요. 18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하기엔 가히 놀라울 정도죠.

사실 필로소피가 단기간에 빠르게 유명세를 얻은 건 오프라 윈프리 쇼 덕분이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 윈프리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죠. 일일 시청자 수가 700만 명에 달했던 그녀의 토크쇼에 칼리노가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가 필로소피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필로소피는 순식간에 미국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 필로소피에서는 2010년 오프라 윈프리의 어린 시절 사진을 담은 리미티드 에디션도 출시했어요. ©오프라

하지만 인지도가 반짝 높아지는 것과 인기가 ‘오래’가는 것은 별개죠. 필로소피의 오랜 성장세 뒤에는 필로소피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제품명과 패키징이었어요. 필로소피의 철학을 한 줄로 요약하면, “상품 패키지 ‘안’에 든 것은 당신에게 더 좋은 피부를 선사할 것이고, 패키지 ‘위’에 적힌 글귀는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인데요.

실제로 필로소피의 제품명은 재치 있는 말장난으로 가득합니다. 수분크림은 병 안의 희망(hope in a jar), 핸드크림은 희망의 손길(hands of hope), 수분 세럼은 희망이 충분하지 않을 때(when hope is not enough)인 식이죠.

▲사진 = 왼쪽부터 수분크림, 핸드크림, 수분 세럼 ©필로소피

이렇게 귀여운 제품명 아래에는 피부가 아닌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제품과도 연결되면서 웃음 짓게 만들어요.

이를테면 수분크림 ‘홉 인 어 자’(hope in a jar)에는 희망이 있는 곳에는 믿음이 있고, 믿음이 있는 곳에서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where there is hope there can be faith, where there is faith miracles happen)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이게 문장 그대로도 해석이 되지만 필로소피의 수분크림을 희망에 대입시켜도 말이 되거든요.

▲사진 = 홉 인 어 자는 리뉴얼됐는데, 리뉴얼된 패키징 문구도 재밌어요. '낙관적으로 사세요. 희망과 함께 새로워지세요.(live with optimism. renew with hope.)' ©필로소피

칼리노는 이러한 제품명과 패키징이 필로소피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는 동시에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필로소피의 ‘오글거리는’ 문구들을 통한 마케팅을 대기업에서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도 했으니까요.

독특하고 재치 있는 겉모습에, 과학을 기반해 탄탄하게 만든 속까지. 그리고 그 심플하고 귀여운 겉모습이 ‘우리의 속을 채워주는 필로소피. 자꾸만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브랜드가 아닐까요.


필로소피와 창업주의 현재

필로소피가 소위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닙니다. 스킨케어 라인은 잘 팔렸지만 메이크업 라인에서 계속 손실이 나서, 결국 아주 일부만 놔두고 메이크업 라인을 대폭 줄이기도 했고요. 너무 적은 마케팅 예산 때문에 노출이 잘 안 돼서 홈쇼핑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리미엄 브랜드가 홈쇼핑에 나가는 건 꽤나 위험한 선택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성장해간 필로소피는 2007년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이라는 사모펀드에 4,50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코티 그룹(Coty Group)에 1조 원 이상에 재인수되었고요. 

칼리노는 현재 어여쁜 두 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성격 유형을 기반으로 하는 향수 브랜드 ‘아키타입’(Archetypes)을 론칭했고요.

▲사진 = 크리스티나 칼리노와 가족들의 단란한 한 때 (2009년). 칼리노가 유방암 치료를 끝낸 뒤의 모습이에요. ©크리스티나 칼리노

필로소피는 우리나라에 2012년 론칭한 이후 곳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제품이 골고루 인기가 많은데, ‘마이크로 딜리버리 필’을 한 번 사용해 보시길 권해 드려요. 홈 필링 제품인데 필로소피 이야기를 알고 사용하면 괜히 더 좋은 느낌이거든요.

▲사진 = 마이크로딜리버리 필 ©필로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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