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한 매출이 '강점', 격랑 헤치고 세계 3위 복귀

프랑스 기업 라가데르(Lagardere)는 '엘르'와 '파리마치' 외 200여 종의 잡지·정기 간행물과 17개의 TV채널, 프랑스어권 최고의 출판사 '아쉐트'를 운영하면서 미디어·출판 그룹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면세 사업체 중 하나인 '라가데르 면세점'(Lagardere Travel Retail)도 운영하며 유럽과 미주·아시아 대륙까지 뻗어나간 글로벌 유통 기업이기도 하다.
 

▲인포그래픽=최동원 기자

라가데르 면세점은 지난 2013년 매출액 29억 유로(약 3조 7,172억 원, 2019.03.14 기준)를 기록하며 세계 3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부터 치고 올라온 한국의 롯데면세점에 밀려 잠시 세계 4위로 밀려났다. 이후 DFS가 매출 감소를 겪으며 순위에서 밀려나는 동안 꾸준한 성장을 유지해 2017년에는 39억 1,700만 유로(약 5조 217억 원)를 기록하며 다시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런 꾸준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공항과 철도역에 1,180개의 지점이 설치된 편의점 브랜드인 릴레이(RELAY) 매장과 함께 전 세계 34개국 4,200여 개의 판매장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라가데르 측은 보고서를 통해 "성장 요인으로 편의점 사업의 북미 시장 선전과 함께 푸드 서비스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가 작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적극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도 성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라가데르 면세점은 2018년 초 홍콩 첵랍콕 공항에 중국면세그룹(이하 CDFG)과 합작한 듀티제로(Duty Zero) 매장을 선보이며 주류·담배 판매를 시작했고 10월에는 중국 우한 국제공항에 화장품·스킨케어 매장을 오픈하며 아시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아시아 태평양 매출 비중이 전체 13%로 증가하면서 북미 시장과 프랑스 시장의 매출 감소분을 메우면서 시장 확대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존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차후에도 매출 비중 이동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차역에서 시작한 '서점·편의점', 세계 최고 면세점 '반석'으로

▲인포그래픽=최동원 기자

'라가데르 면세점'의 역사는 1852년 파리 리옹 기차역의 서점에서 출발한다. 1826년에 루이 아쉐트가 설립한 출판사·서점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라가데르는 1965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항(Flughafen Graz)에서 세계 최초 부티크 형태 면세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1980년 기존의 역 서점 형태를 발전시킨 편의점 브랜드 렐레 H(Relais H, 현 릴레이(RELAY))를 창립한 '라가데르 면세점'은 1990년 미국의 이스턴 로비 샵(Eastern Lobby Shop)과 캐나다의 UCS(현 HDS Retail North America)를 인수하면서 북미 지역의 사업 기반을 다진다. 1999년에는 독일과 폴란드·체코 지역에 편의점을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간다.

2001년부터는 기내면세점 업체 에어로부티크(Aeroboutique)와 합병하고 면세 사업체 DFA를 인수하면서 아일리아(Aelia) 면세점을 창립,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2007년에 대만과 중국 본토에 릴레이 매장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과 폴란드·체코에에 아일리아 면세점을 진출시켰고 2012년에는 로마의 피우미치노(Fiumicino)·치암 피노(Ciampino) 공항의 면세 사업자인 AdR 리테일(AdR Retail)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한편 2008년 체코 식음료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푸드 서비스 부문을 창설하면서 사업 다변화에도 나섰다. 2018년에는 북미 최고의 공항 외식업체 HBF(Hojeij Branded Foods)를 인수하면서 역과 공항의 편의시설에 대한 점유율을 높였다. 이런 사업 범위 확장과 맞물려 면세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에 적극 대응한 것이 꾸준한 매출 상승의 이유로 분석된다.

'라가데르 면세점'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지다(Djeddah)·담맘(Dammam)의 3개 공항과 세네갈의 다카르 공항에 진출하며 시장을 넓혔고 2018년에는 파리 샤를 드골에서 뉴에이지 뷰티 컨셉의 바이 파리 면세점(BuY Paris Duty Free)을 오픈, 2018년에는 중국 CDFG와 제휴한 듀티 제로(Duty Zero) 매장을 홍콩 첵랍콕 8개 매장에 오픈하면서 적극적인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 '하이난섬' 중국 진출 통로로 부상, 사업 확장 전략 '주목'

▲출처='라가데르 면세점' 홈페이지 갈무리 / 라가데르 면세점 CEO 다그 라스무센(Dag Rasmussen)

 

면세 산업의 발전상에 맞춰 꾸준히 시장을 넓히면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세계 면세업계의 강자로 부상한 라가데르 면세점이 향후 아시아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 어떤 전략을 전개해나갈지 주목된다.

특히 중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라가데르 면세점' 뿐 아니라 글로벌 면세 사업자들이 진출을 노리고 있는 면세 산업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섬의 면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등 면세 소비를 중국 내부로 돌리기 위한 내수활성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세계 최고의 면세 소비자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에 발맞추기 위해 홍콩을 넘어 중국 본토로 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처=TFWA 홈페이지 갈무리 /라가데르 면세점 아시아·태평양 CEO 에우데스 파브르(Eudes Fabre)

라가데르의 2018년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4억 6,800만 유로(약 6,010억 원)으로 프랑스·유럽 지역 매출 23억 7,600만 유로(약 3조 515억 원)의 1/5 수준이지만 중국 시장의 교두보인 홍콩 첵랍콕 공항 진출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매출 보고서에서 '베이징·상하이·우한의 네트워크'를 매출 상승 요소로 언급해 중국 시장 직접 진출과 면세 네트워크 구성을 아·태 지역 매출 증가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지난 7일 세계면세협회(TFWA)가 주최해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린 중국 면세점 컨퍼런스에서 듀프리의 아시아 태평양 CEO인 안드레아 벨라디니(Andrea Belardini)가 "중국 본토 면세 시장 진출이 힘들기 때문에 하이난섬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라가데르 등 글로벌 면세 업체들도 하이난섬을 중국 진출 통로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진출에 가장 앞선 글로벌 면세업체로서 라가데르는 어떤 진출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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