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공항공사(AOT)가 지난 13일 태국의 수왓나품·핫야이·치앙마이·푸켓 4개 국제공항 면세 구역에 대한 입찰 계획을 내놓으면서 과도한 입찰 참가금을 매겨 자국 기업에 유리한 입찰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월 19일부터 4월 1일까지 공개하고 4월 30일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해야하는 제안요청서(RFP) 가격만 250만 바트(약 8,932만 원, 2019.03.15 기준)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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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킹파워 면세점 홈페이지 / 푸켓 공항 면세점 공간 |
입찰대상은 현재 태국의 킹파워 인터내셔널(King Power International)이 보유하고 있는 4개 국제공항의 면세·소매·면세품 인도장의 운영권이다. 단일 면세점 형태로 정해져 공항에서의 단독 운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조건과 계약 기간이 2020년 9월 28일부터 2031년 3월 31일까지 총 10년 6개월로 길다. 기존 사업자인 현지업체는 물론 한국과 글로벌 면세 사업자들이 모두참여할 수 있는 면세 업계의 '핫 플레이스'다.
이처럼 입찰 참가금 성격의 서류 판매 등이 기존에도 있었지만 9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의 경우 3백~5백만 원 선에 진행된 전례가 있고 한국 인천국제공항 등은 무료여서 입찰 환경이 아시아 3대 허브 공항들과의 직접적으로 비교된다. 더구나 입찰에 탈락해도 9천만원은 돌려 받지 못한다.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들이 '무디다빗 리포트' 인터뷰를 통해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없을 것이며 그들에 대한 참여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 태국 공항의 입찰 진행은 과도하게 폐쇄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입찰 참가 계획을 세웠던 국내외 면세 사업자들은 9천만 원의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태국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금액적으로도 문제다. 입찰 서류 구매 마감일이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제반 사항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만만찮은 금액을 제시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서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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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킹파워 면세점 홈페이지 / 수왓나품 공항 면세품 인도장 전경 |
또 입찰 공고 서류에 따르면 입찰 참가자는 태국인이거나 태국 회사가 이끄는 컨소시엄 또는 합작 회사여야 해서 이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업체들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모든 제출물을 컨소시엄이나 합작 회사의 이름으로만 제출하도록 해 글로벌 면세 사업자들이 기존에 쌓아온 브랜드와 신뢰도를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기존 브랜드로 참가할 수 있는 자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낙찰을 받게 되더라도 이들 업체는 AOT를 상대로 계약 해지·미지급·미납·소송이 모두 금지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울며 겨자먹기식의 계약으로 흐를 우려도 있어 참가 여부에 더욱 신중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높은 진입장벽에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태국 진출을 노리는 면세 사업자들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지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국 공항의 면세사업장 운영 허가이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마진율이 중요한 글로벌 업체들보다는 쉽게 참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 성과가 확실한 글로벌 브랜드의 이름을 제하면서 태국 굴지의 면세사업자인 킹파워 인터내셔널은 부가적인 강점까지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AOT는 이번 입찰에 대한 내부 발표와 입찰 공고 모두 태국어로만 발표하며 폐쇄적인 입찰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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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방콕공항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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