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험기] DAY 1 : 내가 제주 ‘한 달 살이’를 시작한 이유

적게 일하고 많이 벌려는 삶의 자세가 불안의 근원이 되어버렸다
기사입력 : 2021-07-11 18:12:20 최종수정 : 2021-07-13 11: 00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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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제주살이 20일 차의 첫날이다. 나는 제주의 구좌읍이라는 곳에서 앞으로 3주를 보낼 예정이다. 

혼자 여행도 안 다니는 내가 혼자 제주살이라니. 게다가 난 운전도 못 하는데!
 

▲ 사진=차민경 기자 / 뚜벅이라 숙소 주변만 걸어도 예쁜 곳으로 골랐음!(2021.04.26)

#2.  

 

서울에서의 일상에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행복해하지 않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편은 직장을 옮기면서 한결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해질녘 따뜻한 색깔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한강으로 공원으로 자주 산책을 나갔다.

사업도 양호한 편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엉켜버린 일이 있긴 했으나, 새로 시작한 일에서 꾸준하게 현금이 들어왔다. 소위 대박의 가능성은 없었지만 스트레스도 적고 업무시간도 짧은 일이었다.

이사한 집도 만족스러웠다.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취향에 맞게 셀렉해 집을 채웠고, 그 덕에 집에서 인테리어만 감상해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사랑과 여유와 아름다움이 있는 일상이었다. 하루하루 휴가처럼 평안하고 안락한 삶. 

 

 

▲ 사진=차민경 기자 / 빈티지 헬러(Heller) 컵과 플레이트에 놓인 꽃과 커피, 건강보조제들(2021.05.28)
 

#3.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했다. 불안감에 잠 못 드는 날이 계속되면서 인생 처음으로 수면유도제를 먹기 시작했다.

#4.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사람들이 덕담처럼 하는 말이다. 난 이 말을 평생 실천해온 사람이었다. 내 인생의 최고 화두는 ‘효율’이었으니까 말이다.

난 어릴 때부터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초등학생 때 이미 피겨스케이팅부터 암벽등반까지, 플루트에서 연극까지 수많은 경험을 했는데, 슬프게도 흥미가 가거나 잘하는 게 없더라.

반대로 싫어하는 건 많았는데, 그래서 내 인생의 초점은 ‘최고 효율로 성과를 내어 싫어하는 일을 안 해도 되게 하자’ 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이 확보될 테니 언젠간 좋아하는 것을 찾겠지 싶었다.

#5.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객이 전도됐다. 어떤 일이든 일단 타산이 나와야지만 관심을 가지게 된 거다. 이런 경향은 5년 전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심해지다가 급기야는 일상생활이나 취미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작품이라고 할 만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수집하는 것도, 내가 어릴 때부터 인테리어와 공간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빈티지 가구와 소품은 희소성 탓에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었던 게 컸다. 마치 샤넬백처럼 구매할 때보다 되팔 때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달까.

심지어 우리 부부는 차도 없었다. 서울이 주 생활권이라 택시로 거의 해결되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차가 감가상각 되는 걸 내가 워낙 싫어해서였다.

#6.

이제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좋아하는 일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난 그 여유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된 거였다. 남는 시간에 왜 나는 더 부가가치 높은 일을 알아보거나 시작하지 않는가 스스로를 타박했고, 그렇게 스멀스멀 자라난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나를 온통 뒤덮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거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가 휴식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생각하는 대신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계산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해보기. 사고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가만히 느껴보기. 이게 내 과제였다. 

 

#7.

그래서 이렇게 제주로 왔다. 내 버킷리스트였던 제주 한 달 살기를 해보기 위해.

남편이나 가족, 친구와 가는 여행도 아니고, 예쁜 집을 놔두고 사치스럽단 생각도 들고. 많이 망설였는데 그래도 와보니, 오길 잘했다 싶다.

오늘은 제주 3주 살이(원래 한 달 계획이었으나 여건상 줄었다)의 첫날이고, 느낌이 좋다! 

 


▲ 사진=차민경 기자 / 숙소에서 예쁜 바다를 보며 치즈케이크를 먹는 걸로 제주살이를 시작. 2000원밖에 안 하는데 너무 맛있다(2021.04.26)

▲ 사진=차민경 기자 / 성당마저도 이렇게 예쁘다(2021.04.26)

 

- 2021년 4월 26일, 제주살이 1일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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