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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선호 기자/ 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각 면세점별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2014년까지 국내 면세점의 명품하면 대표적인 상품으로 ‘루이비통’을 꼽았다. 상징성과 매출 모두에서 ‘루이비통’은 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 말이 된 듯하다. 국내에선 ‘샤넬’, ‘에르메스’와 3각 구도의 경쟁에서 완전히 뒤쳐지는 느낌이다.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면세점 부진에 대해 “지정학적인 요소에 따른 영향과 환율변동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90년대부터 2000년 중반까지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가까운 일본인 관광객이 최대 고객이었다. 일본인 관광객은 유독 루이비통을 사랑했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러시가 시작된 2010년을 기점으로 루이비통 등 명품 선호 최대 고객이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마저 루이비통 보다 다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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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 김선호 기자 |
환율 변동 역시 중요한 요소다.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 위안화 약세는 달러 기준으로 판매되는 한국과 중국의 루이비통 가격 차이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때문에 국내면세점의 루이비통 가격은 과거 중국 로컬 가격에 비해 30%까지 싸게 구입 가능했지만 현재는 많아봐야 5% 정도 차이가 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수입명품에 대한 관세와 부가세를 내리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때 루이비통은 중국 현지에서 즉각 3~5%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는 명품 부틱 판매가격 조정은 물론 온라인 판매까지 가능한데 전 영역에 걸친 가격인하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받으며 한국 면세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내 루이비통 판매 가격까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메리트를 앞세워 한국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속적인 엔저 상황은 국내 면세점의 루이비통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갖춰 한·중
·일 3국의 루이비통 판매동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루이비통 브랜드만 놓고 보면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가 되어 가는 형국이다.
한편 경쟁자는 지속적인 혁신으로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선두그룹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구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구찌는 구매 핵심 타겟을 명확히 ‘차이나’로 돌렸다. 구찌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용, 사자, 뱀등 화려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글로벌 명품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가히 구찌는 차이나 신드롬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구찌는 환율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수요가 증가하자 발 빠르게 유연한 가격정책을 선보였다. 구찌는 최근 국내 면세점에서 2~3% 가격을 인하했다. 환율에 따른 수요 공급을 위한 가격 탄력성을 제공한 것이다. 또 구찌는 9월 17일부터 추가로 5% 가격을 인하했다. 구찌의 가격정책은 마치 “자 이래도 사지 않을 텐가?” 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다. 구찌와 같은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먹혀들고 있어 향후 루이비통과의 매출부문에서의 위치는 완전히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심지어 국산 브랜드인 MCM조차 루이비통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루이비통의 가격과 마케팅 전략이 “한국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LVMH 그룹에서 큰 손인 중국시장 중심으로 아시아 마케팅 전략의 정책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고 세부적으로 이를 실행하는 실세들의 갈등이 격화되어 발빠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것 같다”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LVMH 그룹의 마이클 슈라이버 회장과 국내에서 20년 가까이 루이비통을 면세점에 제공하는 부루벨코리아 다니엘 메이란 사장의 불화를 직접적인 원인
”으로 지목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명동점 루이비통은 기존의 관행과 달리 부루벨 코리아를 거치지 않고 루이비통 홍콩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거래 채널도 LVMH FGTK(Fashion Group Trade Korea)와 거래하는 등 기존 부루벨코리아가 담당하던 국내 면세점 유통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 관계자 역시 “부루벨코리아가 루이비통을 무기로 다양한 브랜드를 면세점에 공급하는 등 협업해 왔는데 신세계를 필두로 롯데와 신라까지 공급채널이 변동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유통채널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해 전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국내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매출이 과거와 같지 않게 처지는 이유는 핵심 소비자인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데 지나치게 경직된 마케팅 전략의 수행으로 스마트한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이다. 또 환율변동 등 외적인 원인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유통채널을 놓고 LVMH 핵심 인력들간의 알력으로 인해 발빠른 시장전략 수립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 더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다. 국내 면세점에 공급되는 가격정책이 유연하지 못하고 탄력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외면 받기 때문에 매출 하락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 틈을 혁신을 무기로 탄력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는 경쟁 상품이 채워가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루이비통은 아시아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몸값 낮추기와 온라인 판매 정책 등 소비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수행중이다. 국내는 면세점 유통채널의 변화라는 핵심 이슈로 인해 혼란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국내 면세점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루이비통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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