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포함한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유통업계와 노동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2020.09.01) |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위원장 하인주, 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오늘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같은 날 대구상공회의소는 “8월 31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을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에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는 심야영업 제한과 월 의무휴점제도가 도입됐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면세점과 백화점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었다. 백화점면세점노조 김수현 교선국장은 “오히려 면세점의 영업시간은 점점 길어졌으며 공항 면세점의 경우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주장했다. 면세점의 편의에 따라 영업시간이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구미나 조직국장은 “백화점은 매월 1회 월요일에 정기휴무를 시행하도록 되어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백화점들끼리 눈치보기와 경쟁으로 미리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아 다음 달 휴무를 계획하거나 일정을 짤 때 어려움이 많다”며 “백화점이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을 진행하고, 백화점 영업시간을 1시간, 아니 단 30분만 단축해도 현재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의 고충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호소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6월 26일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일정 규모 이상인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 외에도 홍익표, 김정호 의원도 유통 규제를 강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12개 중 6개가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강화 법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강력한 규제를 걸 것으로 보이면서 유통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이 중소유통업 및 소상공인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형 점포들의 영업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오히려 백화점과 아울렛에 입점하거나 납품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도 “손님이 몰려드는 휴일에 문을 닫으라니 면세업종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면세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를 하고 있고, 휴일도 보장된다”며 “법정공휴일에 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면세점 노동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휴무에 따른 열악한 근무환경을 호소했다. 김 교선국장은 “면세점에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다음 달 휴무가 언제인지 월 말에나 알 수 있다”며 “쉬는 날도 면세점은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휴무기간임에도 언제 매장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핸드폰을 항상 옆에 두고 있는 것이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8년 8월 1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점포 등에 근무하는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현시점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단순히 산업의 발전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까지 함께 담보될 때 진정한 산업의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유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부진으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관광객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영업 규제보다는 소상공인과 대형소매점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에서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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