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면세점 과거 ‘사스 악몽’ 재현되나

중국인 보따리상 MG·SG 잇따라 예약 취소
현장에선 메르스보다 센 사스에 버금가는 위력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장기화 조짐 보이자 면세점 주가 '폭락'
롯데·신라·신세계 직원 마스크 착용 권장 및 방역 체계 강화
기사입력 : 2020-01-28 17:05:40 최종수정 : 2020-09-09 14: 06 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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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대비 마스크 착용한 롯데면세점 명동점 판매사원들(2020.1.28)  

 

최근 한한령 해제로 기지개를 폈던 면세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다시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국내 면세점의 핵심 고객 중 중국인 보따리상인 ‘SG’(Small Guest)와 ‘MG’(Major Guest)가 자국내에서 물건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판단, 춘절 직후 예약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매출 타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2003년 발생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혹은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지 업계는 잔뜩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감염병은 매번 면세점 업계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사스가 발생한 2003년 3월 방한 외래객은 40만4,639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 동월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4월 방한 외래객은 전년동월 대비 28.6% 감소한 31만7,159명으로 나타나 아시아지역 사스 확산에 따른 여행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메르스가 유행한 지난 2015년 7월에도 국내를 찾은 외래관광객이 일시적으로 ­53.5%까지 감소했다. 다만 사태가 세달 안으로 종료돼 관광객이 줄어 사스때 보다는 출혈이 적었다.

사스와 메르스 이후 사드사태까지 매출 급감시기를 거치며 겨우 회복세에 들어선 국내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주요 발병지가 중동지역이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지만 지금은 사드 때문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가 이미 적은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파악이 어렵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춘절에는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기로 면세점 매장은 항상 한산했다”며 “1월 중순 이후의 면세점 매출하락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전통적인 춘절 비수기 때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춘절시기 전후 10여일을 기점으로 활동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2월 초순이 되어봐야 판가름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행사를 비롯해 면세점 B2B 업계는 춘절 기간이 지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시장 위축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면세업계에서 춘절 연휴는 중국인 관광객 비수기로 여겨졌다. 춘절 연휴기간은 비행기값이 비싸기 때문에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연휴 직전이나 직후에 국내 면세점을 방문해 대량구매한 면세품을 중국에 되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내에서도 운송수단이 전면 제한되면서 보따리상들이 구매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현재 중국 보따리상들의 예약 일정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었던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와는 달리 현재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매출 80%이상을 견인하는 만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은 사스 충격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는 최악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매출타격이 심각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9년 국내 면세점 1월 매출액은 1조7,116억 원, 2월 매출액은 1조7,41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19년 7월 이후부터는 매달 2조 원을 돌파하고 있다. 매출 ‘25조’ 달성에 이어 한한령 해제 조짐으로 승승장구를 앞둔 국내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상반기 월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최소 10~20%에서 최대 30%이상 감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쌓여 있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는 작년 하반기에 거둔 매월 2조 원 매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향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각 면세점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28일 기준 호텔신라와 신세계가 각각 전일대비 8만7,000원(-10.31%), 26만9,500원(-12.07)%을 기록하며 동반 폭락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주가하락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천재지변에 준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글로벌 경제 및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쳐 모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락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실제 면세점 현장을 찾아보니 설날 특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중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의식하지 않는 듯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쇼핑을 즐겼으나 면세점 직원들은 예외없이 전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롯데면세점 매장 직원은 “회사측에서 손님과 본인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장했다”며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도 회사에서 나누어준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 롯데면세점 10층 안내데스크

면세점 건물 입구 곳곳에도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롯데면세점 10층에 위치한 인포메이션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정부가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면서 최근 손소독제를 매장에 구비해 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손님들의 수는 현저히 적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만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는 시내면세점이 감염통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 대기업면세점 관계자는 “마스크 및 손세정제 지급 외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상 살균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열화상 카메라로 고열 근무자를 수시로 체크하는 등 감염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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