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양회 읽어보기③] 한국 면세산업, 이제는 ‘메이드 위드 차이나’ 전략 세워야 할 때

中 양회, 홍콩 국가보안법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 강력히 반대 나서 ‘맞대응’
중국 정부 홍콩 대체지로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 계획 발표
하이난 면세점 한도 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
국내 면세업계 새로운 경쟁력 확보해야
기사입력 : 2020-06-05 15:06:23 최종수정 : 2021-02-18 09: 00 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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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국은 세계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써 공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인들의 소비가 점차 커짐에 따라 최근 본토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 내수 시장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자급자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중국의 정책기조가 ‘코로나19’로 급물살을 타고 있어 국내 면세업계도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양회를 기점으로 바뀌는 중국의 면세시장

업계의 예상대로 중국 당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이 안건으로 제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을 공개했으며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3기 3차 전체회의 표결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자치권 조사 등을 거론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하이난도 덩달아 급부상하게 됐다.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1일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海南自由貿易港建設總體方案)을 발표했다. 이는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을 홍콩의 대체지로 삼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미국에 강력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자료= 중국 국무원(中华人民共和国国务),하이난 자유 무역항 건설 계획(2020.06.01)


이번 개발의 시행 범위는 하이난 섬 전체로 2025년까지 자유 무역 촉진과 자유 투자 촉진에 중점을 두고 설립하고, 2035년까지 중국 개방 경제의 새로운 고지로 만들 예정이다. 공산당과 국무원은 이날 "이번 방안은 중국 특성을 가진 자유 무역항 건설의 핵심 단계”라고 평가하며 “중국 하이난에 자유 무역항을 건설하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개방형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필요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하이난 방문 여행객 1인당 1년간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약 512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조정하고, 하이난섬 주민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상품에 대해 수입관세 수입 단계 부가가치세, 소비세를 면제시킨다고 발표했다. 국내 면세점 내국인 면세한도가 600달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의 완화 조치다.

하이난 면세점의 개발로 보는 중국의 면세산업 개발 의지


▲사진=김재영 기자, 하이난 면세점(2016.12.22)

앞서 중국 당국은 외환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내수 진작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소비재 관세 인하, ‘리다오면세정책’(离岛免税, Offshoreisland duty-free policy), 입국 면세점 증설, 다이고 제한, 시내 면세점 증설 등 중국 내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일련의 부양책을 도입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3월 16일 중국 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무부, 상무부 등 23개 부처가 발표한 정책 발표에 압축되어 있다. 중국 당국은 “면세 정책을 보완해 중국만의 특성화된 면세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겠다”며 “시내면세점 정책을 보완하고 중국 특색을 가진 시내면세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시내면세점을 설치하고자 하는 도시에는 매장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토지와 금융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면세점 내에 일정 면적의 중국산 상품 판매지역을 설치해 면세 채널을 위한 양질의 자국산 특화 상품도 개발할 것이다”며 “중국산 부티크와 중국 자체 브랜드를 전시하고 중화민족 전통문화 전파를 위한 중요 플랫폼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급자족’ 경제 구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하이난은 이같은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 목적 달성 수단으로 가장 혜택을 받은 곳이다. 기존 하이난 면세점의 자국민 구매한도는 5천 위안이었으나 2012년 8천 위안으로 상향조정됐으며, 2016년에 이보다 두 배 가량인 1만 6천 위안까지 상향됐다. 하이난의 면세한도가 상향되면서 덩달아 매출 규모도 껑충 뛰었다. 하이난 관광청이 발표한 2019년 중국 춘절 기간(2월 1일~2월 7일) 동안 하이난섬 '하이커우'·'싼야면세점'의 매출은 5억 5천 8백만 위안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하이난성면세품유한공사'가 하이난 최대 도시인 하이커우에 대형 시내면세점 2만 2천㎡ 가운데 1만 3천㎡의 공간을 개점하는 등 시내면세점까지 추가 오픈하면서 하이난을 면세 관광 특구로 본격 조성하고 있다. 시내면세점 확장에 더불어 이번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에 따라 면세한도가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하이난 면세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면세산업의 경쟁력은?

중국 정부가 하이난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면세산업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내 유통시장이 가품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어 정품 신뢰성이 높은 국내 면세업계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적은 브랜드 개수와 낮은 신뢰성, 또 열등한 가격 등 아직 중국 면세점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를 발판으로 계속해서 내수진작책을 강화시킨다면 국내 면세업계도 새로운 경쟁력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인민망, 중국 수입화장품 주요 국가별 점유율(2020.04.01)

지금까지 화장품 산업에 있어서 중국은 소비강국이었고, 한국은 수출강국이었다. 중국 면세점에는 본토 화장품 브랜드가 많지 않은 반면 한국 면세점은 국내산 화장품을 제조하면서 주력으로 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트라 류빈 중국 우한무역관은 “면세업계 핵심 상품인 화장품 품목에서 유통 구조가 다른 것이 양국의 면세정책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각광받던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려났고, 고급 브랜드 제품들은 일본 제품에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궁극적인 해결 방법은 중국 대체시장을 찾는 것이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뀌는 면세시장에 발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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