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면세점협회를 대상으로 한 관세청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문제에 관세청 인사담당관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나와 사회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2004년 법인 설립 후 줄곧 관세청 출신 인사가 이사장과 본부장을 역임하며 퇴직 관세청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에 따른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거질 때 마다 여론이 집중됐던 핵심 단체다. 2016년 거세게 불어 닥친 관피아 논란에 한국면세점협회는 이사장과 본부장을 내부선임이 아닌 외부인사 공모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공개 모집제도로 전환 됐음에도 여전히 이사장 및 본부장은 관세청 퇴직 인사가 선임됐고 공모방식을 취했음에도 관세청이 음성적으로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 사진=한국면세점협회 인사공개공모 내용 갈무리 / 2016년 4월 이사장 공모 공고 |
당시 한국면세점협회의 이사장 공모와 관련해 업무를 추진했던 직원 A씨(퇴직)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2016년 협회 이사장과 본부장을 공모제로 전환했지만 관세청에서 보낼 사람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전달 받았고 해당 인사가 준비되면 공모절차를 진행했다”며 “관세청 인사담당 관계자 B가 관세청에서 면세점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수출입물류과 담당자의 지시를 받아 공고를 올리라고 해 당시 수출입물류과 사무관 C의 연락을 받고 모집공고 안을 즉시 올렸다”고 말해 공모 형식을 띈 채 관세청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해 왔던 한국면세협회장 이사장 및 본부장 선발과정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 직원 A씨는 면세점협회 이사장 등 관세청 퇴직 공무원의 선임 관련해서 “면세점 업무의 대부분이 관세청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면세점과 면세점협회 입장에서 관세청 핵심 관계자들이 연락해 내정된 사람이 있으니 이를 뽑으라고 하면 협회뿐 아니라 회원사인 면세점들도 이들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향후 관세청과의 업무에서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관세청의 퇴직고위 공무원의 자리 차지하기는 공모제로 전환한 2016년 4월 이사장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한국면세점협회는 2016년 4월 이사장 공모 이후 이사장 2인과 본부장 2인이 선임되어 근무했거나 현재도 근무 중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협회비 및 인도장 운영비 등을 충당해 운영되는 기관으로 면세점 업무가 관세청의 특허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면세품 관리 및 보세 운송 등 관세청 업무에 절대적인 상황이어서 관세청 출신 인사가 면세점협회 이사장이나 본부장이 될 경우 주무부처인 관세청과 업무관련 긴밀한 협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협회 설립 초창기에는 업계에서도 관세청 인사의 선호도가 높았다.
▲ 사진=인사혁신처 누리집 갈무리 / 퇴직 공무원의 취업심사 과정 |
그러나 국내 면세산업 규모가 과거와 달리 급격히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낙하산 인사 자리 차지하기는 국내 면세산업을 오히려 한참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취업에 대해 업무연관성을 엄격히 평가해 심사하고 있다. 특히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제도’에서 ‘취업이 제한되는 사기업체가 가입하고 있는 협회’를 별도로 명시해 반드시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 때문에 관세청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간 소속부서의 업무연관성, 즉 ‘검사’나 ‘감사’, 그리고 ‘사건수사’등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검토해 취업여부에 대해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만 퇴직후 해당 협회에 취업이 가능하다.
한국면세점협회가 관피아 논란을 의식해 이사장과 본부장을 공모제로 전환하면서 관세청은 이전과는 달리 은밀한 개입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여전히 관세청 출신 인사의 퇴직후 일자리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 이사장 등의 공모제 전환 이후 관세청 인사담당관실은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와 전화로 넌지시 낙점한 인사의 채용을 종용했고 협회 관계자들은 업무관계상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업무연관성이 직접적인 부서의 담당 공무원을 통해 모집공고 시점을 조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면세점협회 이사장 및 본부장 공모 시점에는 면세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사전에 “이번 이사장으로는 누가 올 것이며 본부장은 누구다”라는 따위의 소문이 파다하게 돌곤 했다.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꼬리가 잡혔다. 관세청이 한국면세점협회에 취업시키려던 관세청 퇴직 공무원들이 인사혁신처의 퇴직자 취업심사에서 줄줄이 ‘취업불승인’으로 걸렸다. 그것도 두 번 연속 걸렸다. 지난 2020년 4월(2019년 12월 관세청 4급으로 퇴직) D씨와 2021년 9월(2021년 5월 관세청 4급으로 퇴직) E씨다. 한국면세점협회는 때맞춰 본부장 인사공모를 내고 이들을 본부장으로 채용하려 했지만 인사혁신처의 ‘취업불승인’ 심사결과로 이들의 취업은 불발됐다. 여기서 끝났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관세청은 집요하게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관세청 출신 퇴직공무원을 한국면세점협회에 내려 보내는 식으로 ‘인사 돌려먹기’를 시전했다.
관세청의 유관기관은 많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국제원산지정보원’, ‘한국관세무역개발원’, ‘한국무역통계진흥원’, ‘한국관세물류협회’, ‘관세동우회’ 등 관세청 홈페이지에는 모두 13개의 관세청 유관기관을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관세청 퇴직 공무원을 꽂아 넣으려던 관세청의 시도가 인사혁신처의 ‘취업불승인’ 조치로 좌절되자 관세청은 2020년 2월 공고된 한국면세점협회 본부장 자리에 취업이 불가능해진 D씨를 관세청의 영향력이 미치는 유관기관에 취업시키고 대신 그 자리에 있던 역시 관세청 출신 퇴직 공무원을 한국면세점협회에 취업시키는 ‘인사 돌려먹기’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관세청의 한국면세점협회 낙하산 인사개입을 제보한 협회 직원 A씨는 “2020년 2월 공고에서 원래 계획했던 D씨가 취업불승인으로 면세협회 본부장에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관세청 인사담당관과 통화를 통해 D씨 대신 관세청 유관기관인 협동통운(주)의 대표로 재직 중인 F씨를 본부장 공모에 보낼 테니 그를 본부장으로 대신 선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면세점의 협회 담당 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2020년 2월 당시 본부장 선임과 관련해 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을 담당하던 G씨가 관세청에서 F씨의 협동통운에서의 남은 계약 기간이 14개월이니 협회에서는 딱 14개월만 고용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며 “협회의 정관 및 임원 고용규정상 2년 고용이 기본이어서 회원사들과 협의해 고용계약서에는 2년으로 명기된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을 맺었지만 회원사 임원들과 14개월만 보장된 임기라는 점을 모두 공유했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관세동우회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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