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면세점에 돌아온 보따리상…“매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구매수량 제한 해제 및 중국 내 수요 증가로 다이고 발길 돌아와
간신히 명맥 이어가는 수준, “아직 낙관 어려워”
롯데·신라 ‘북적’, 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은 ‘텅텅’
면세업계, 코로나19로 ‘빈익빈 부익부’ 격차 심화되나
기사입력 : 2020-05-18 16:03:55 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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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해영 기자, 롯데면세점 (좌)(2020.03.05/(우)2020.05.18

 

‘코로나19’ 여파로 파리만 날렸던 국내 면세점에 모처럼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고)이 길게 줄을 섰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을 위해 지난 2월 다이고의 구매수량 제한을 한시적으로 푼 데다 코로나로 위축됐던 중국 내 수요가 최근들어 다시 늘어난 덕이다. 다만 업계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신라면세점, 오픈 전부터 다이고로 ‘북적’


오전 9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한 롯데면세점(15일)과 신라면세점(16일) 입구는 줄을 길게 선 다이고들로 북적였다. 일부 다이고는 바닥에 100위안(한화 1만7,284원) 현금 다발 여러 뭉치를 내려 놓고 동료 일행들과 나눠 가지는 등 제품 구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던 지난 3월 5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진=육해영 기자,(좌)롯데면세점(2020.05.15)/(우)신라면세점(2020.05.16) MCM 매장

 

이날 다이고 대부분은 면세점에 입장하자마자 국내 대표 패션 브랜드 ‘MCM’ 매장으로 향했다. MCM 매장 직원은 “현재 시즌 오프 행사를 진행 중에 있긴 하나 줄을 선 고객분(다이고)들은 인기 품목을 사기 위해서 모여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육해영 기자,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매장 (2020.03.05)

 

지난 3월 4일 국내에 공식으로 입점한 ‘에르메스 뷰티’도 흥행몰이에 성공해 구매 수량을 1인 100개에서 30개로 제한한 바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베스트 재고가 있는 날에는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다이고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몰려든다”며 “베스트 재고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전했다.

면세점 옥죄는 ‘재고’…“어떻게든 팔아야” 

코로나19 사태로 종적을 감췄던 다이고들이 한 달 만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업계는 여전히 울상이다. 손님은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매출 이익은 없다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기업형 구매자 ‘MG’(Major Guest)다”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송객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면세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팔리지 않고 쌓인 악성재고 때문이다. 현행법상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는 반송 혹은 ‘멸각’(滅却)해 처리한다. 전부 직매입(사입)이기 때문에 남은 재고는 고스란히 면세점이 떠안는 구조다. 따라서 재고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것이 현재 매출 방어를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자료=한국면세점협회 총괄 현황(2019.03~2020.03)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27일 “3월 한 달간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내국인 여행객이 전월 대비 68.8% 줄어든 32만5,736명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월 대비해서는 86.6%나 대폭 감소했고, 매출액도 1/10 토막난 259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수익률이 좋은 내국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MG를 통해서라도 면세품 재고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관세청은 4월 29일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6개월 이상 된 면세점 재고 물품을 수입통관 해 아울렛 등 국내 시장에 한시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유통망을 찾기 쉽지 않은 데다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한 명품 브랜드 업체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면세품 원가를 두고 각 업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언제 시장에 물건이 풀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면세업계 ‘빈익빈 부익부’ 격차 심화…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텅텅

매출을 복구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는 롯데와 신라와 달리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여전히 코로나19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 된 셈이다.

 

▲사진=신세계면세점(2020.05.16),육해영 기자

11시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한 신세계면세점은 롯데와 신라와 다르게 한적했다. 그나마 있던 중국인 다이고들은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 ‘설화수’와 ‘MCM’으로 발걸음을 옮겨 물건을 구매했으나 그 수도 롯데와 신라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었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오전9시30분~오후6시였던 운영시간을 오전 11시~오후6시로 단축했다. 

 

▲사진=현대백화점 입구 안내문(2020.05.18)


동대문 두타점을 인수하며 면세업계 후발주자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8일 오픈시간인 오후12시에 방문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입구에는 두 세 명의 손님만 줄을 서고 있었다. 지난 2월 20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 우려 속에도 개장하며 ‘오픈 특수’를 누렸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매출 급감은 피했나, “온라인면세점과 장기체류 다이고가 매출 견인”

 

다만 코로나19 여파에도 온라인면세점과 장기체류 중국인을 이용한 다이고 매출로 4월 매출은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대기업 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오프라인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0~60% 빠진 반면 온라인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 빠졌다”고 전했다. 사실상 매장에 손님이 없는 상태에서 바닥은 피했다는 소리다. 또 구매 수량 제한이 없어지면서 정부가 실시한 2주간의 자가격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입국한 다이고가 면세품을 대량구매해 발송하면서 일부 매출이 보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무산되며 급격한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 면세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면세업계의 대기업간의 매출 차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롯데와 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선전을 하고 있는 반면 후발 주자인 신세계와 현대는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속한 시일내에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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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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